3. 역사적 배경


SECTIONS

3-2-1. 왜 방탄소년단인가

3-2-2. 왜 지금인가


3.2. 왜 방탄소년단인가, 왜 지금인가

3.2.1. 왜 방탄소년단인가

일제강점기(1910-1945) 이후 일본 내 친한파 존재 여부부터 논의를 시작해 볼 수도 있지만, 수출된 한국 문화에 대한 현대 일본인의 관심은 결정적으로 강재규 감독의 영화 <쉬리(1999)>와 NHK에서 방영된 드라마 <겨울연가>의 성공에서 찾을 수 있다 (Atkins, 2010 [1]). 1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쉬리>, 그리고 <겨울연가>의 (특히 중년 여성 중심의) 대중적 인기를 통해 일본 내 한류가 탄생하였다 (Shim, 2008 [7]; Michel, 2011 [4]).

일본으로 수출된 한국 문화의 인기 상승은 2011년 후지 TV 본사 앞에서 2천 명 이상 집결한 한국 드라마 방영 반대 시위의 계기가 되었다. ≪동아일보≫ 기사 표현을 빌리자면, “입지가 좁아진 특정 일본 연예인들에게 나타난 위기감이 한국을 비난하는 우익 세력과 결합”하여 ‘반한류 감정’을 자극한 것이다 (Yoon, 2011 [9]).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를 비롯한 3세대 아이돌의 압도적인 인기가 한류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불러 일으키기 전까지 ‘반한류’ 시위 등은 일본 내 한류를 방해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나자 일본에서는 반한 감정이 다시 타올랐다 (Min, 2018 [5]). 그리고 고조되는 양국 간의 긴장감 속에서 작년 일본 내에서 50만 장 이상의 앨범 수익을 낸 유일한 한국 뮤지션인 방탄소년단이 반발의 대상이 되었다.



사진 21: [ 일본 우익파 운동가들이 일본 후지TV의 한국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과 드라마 방영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2011) 출처 http://koreatimes.co.kr

방탄소년단이 외교적 긴장이 높을 당시 이용당한 첫 번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이전에 한국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던 한류 연예인들에게 일어난 유사한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다.  배우 배용준이 2005년 독도에 대한 발언을 한 후 일본 언론의 분노를 샀고, 일본 언론은 배용준의 일본 내 영리활동을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Park, 2013 [6]). 2012년 배우 김태희 또한 독도와 관련해 한국에 지지의 목소리를 낸 후 일본 화장품 CF 행사가 취소되었다 (Lee, 2012 [3]). 비슷한 사례로 가수 김장훈과 배우 송일국이 2012년 광복절에 독도 횡단 수영을 하자 일본 방송사는 송일국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방영을 연기하였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이 트위터에 “독도는 진정한 우리의 영토이고, 목숨 바쳐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긍지를 가지고 지켜갑시다-독도에서”라고 청와대에서 올린 글을 리트윗하자 일본에서 논란에 부딪히기도 했다. (Kim, 2012 [2]) 각 사례를 보면 논란은 말 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뤄진 한국 측 주장을 지지하는 공개적인 소신 발언에 직접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2-2. 왜 지금인가

많은 팬들에게 지민과 지민이 착용한 문제의 티셔츠 (그리고 후에 수면으로 떠오른 다른 여러 이슈)에 대한 비난은 처음에는 너무나 뜬금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당 논란이 일어난 시점, 그리고 그 논란이 한국과 일본을 넘어 세계 언론에 퍼진 시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방탄소년단과 해당 티셔츠에 대한 첫 번째 해외 보도가 나오기 앞서, 한국 대법원은 10월 30일 중요한 판결을 내리고 이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킨다. 대법원은 ㈜신일철주금(구 신일본제철)에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 노역을 한 4명의 한국인 피해자에게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제국주의 역사를 감추려 하는 일본 정부의 성향으로 인해 일본 관료들은 분개했다.



사진 22: (2018) [일본의 세계2차대전 참전을 위해 강제 징용 당했던 피해자들이 서울 대법원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출처 https://www.nytimes.com

1965년 일본은 대한민국 경제 재건을 위해 무상 3억 달러와 장기 저리 2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협정을 맺고 식민 통치 기간 동안 발생한 피해에 대한 추가 배상에 대한 책임이 없음을 확인한다 (United Nations Treaty Collection, 1996 [8]).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이 받은 고통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자 1991년까지는 일본 정부 또한 해당 협정이 국민 개인 청구 권리를 막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Lee and Lee, 2016 [5]).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의 사연을 전하자 일본은 1965년 협정을 거론하며 배상하기를 거부했다 (Memory Reconciliation in the Asia-Pacific [6]). 최근 한국의 대법원 판결에 따라 1965년 협정이 어떠한 일본의 불법 행위도 사면하지 않았으며 개인이 여전히 청구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확정되었다. 법원이 강제 노동 희생자들에 유리하게 판결했기 때문에 일본 정부에 대해 비슷한 사례가 나올 수 있는 문이 열리게 된다 (Kim, 2018 [3]).

하지만 이것이 방탄소년단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지민은 2018년 3월 28일부터 5월 9일까지 방영된 유튜브 프리미엄 시리즈 <번 더 스테이지(Burn The Stage)>에서 그 티셔츠를 입었다. 해당 시리즈는 방탄소년단이 2월부터 12월까지 전세계를 돌며 “2017 BTS Live Trilogy Episode III: The Wings Tour”를 할 당시 찍은 영상이다. 2018년 초반에 지민이 해당 티셔츠를 입은 회차가 방영되었지만 언론은 해당 회차가 방영된 지 6개월, 그리고 실제로 착용한지 약 1년 반이 지난 시점인 2018년 10월까지 어떠한 문제도 제기되지 않고 있었다. 지나간 일을 파헤쳐 상황을 더욱 악화 시켰기에 실제 사건이 일어난 시점과 언론 보도 시점 사이의 큰 공백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 대법원 판결이 나온 당일 한 일본 신문은 “징용자 문제 불똥! NHK <홍백가합전>에서 한류 추방에… 트와이스도 방탄소년단도 아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일본 내 한국 문화 영향력을 못마땅해하는 극우 세력을 부추겼다 (Tokyo Sports, 2018 [7]). 일본으로 수입된 한국 문화는 수 년간 논쟁의 대상이었으며 (Gibson, 2018 [2]), 해당 티셔츠를 착용한 지민의 사진은 일본 온라인 포럼에 퍼지며 분노를 샀다. 제국주의 및 전범 역사를 지우려는 일본 정부의 의지와 결부해 극우파는 방송국에 협박, 시위, 압력을 행사하여 격동의 시기에 방탄소년단의 <뮤직스테이션> 출연 취소에 기여한다.

한국 대법원 판결이 난 후, 10월 31일 대구 수성구는 일본의 기후현과 자매 도시 결연을 할 예정이었으나 대법원 판결로 인해 취소되었음을 통보 받았다. 대구 수성구청은 일본 “정부와 지자체 모두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베 총리는 6세기부터 이어져 온 오사카와 한국의 인연의 끈과 한국에서 온 문화를 기념하는 연간 축제인 ‘시텐노지 왓소 마츠리’에 축전을 보내지 않았다. 해당 축제는 2004년부터 매년 일본 총리와 한국 대통령으로부터 축전을 받아 왔지만 2018년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만 축전을 보냈다 (Cho, 2018 [1]; Lee, 201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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