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하는 말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의 사진 한 장이 온라인상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10월 중순이었다.

사진 속 지민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사진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티셔츠에는 해당 사진과 함께 제2차 세계 대전 종전과 함께 일제로부터 해방된 것을 축하하는 한국인들의 사진과 “Patriotism” (애국), “Our History” (우리의 역사), “Liberation” (광복), “Korea”라는  영어 단어가 들어 있었다. 이 티셔츠는 지민이 옷을 입은 의도와 그 파장에 대하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1월 8일, TV 아사히는 예정되어있던 방탄소년단의 <뮤직 스테이션> 출연을 취소하며 해당 상의를 취소의 이유로 명시했다. 4일 후, 시몬 비젠탈 센터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방탄소년단을 “과거를 조롱한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1월 13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입장문을 발표했고 이는 큰 불길을 잡아낸 것으로 보였다.

ARMY로 알려진 방탄소년단의 팬들이 이 일련의 사건들에 촉각을 세우며 관심을 두고 있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우리, WPP팀 또한 그러한 팬 중 일부였다.

우리는 공통적으로 경험한 좌절감으로 인해 모이게 되었다. 우리는 티셔츠 사건에 좌절했으며, 국제 언론이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좌절했으며, 시몬 비젠탈 센터가 발표한 성명에 좌절했다.

우리는 보도되는 것 이외에도 이야기의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었다. 우리는 시몬 비젠탈 센터의 성명이 문제의 소지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었다. 우리는 편향적인 언론의 보도와 일부 대중의 인식이 역사에서 한국과 한국인이 경험한 부분을 지우고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었다. 우리는 이 사건의 이면을 보이길 원했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이러한 이유로, 그리고 방탄소년단이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관해 관심을 가진 그들의 팬으로서, 우리는 함께 힘을 모아 이 글을 쓰기로 했다.

White Paper Project는 그러므로 해당 문제를 둘러싼 모든 요소를 다루는 총괄적 정리 문서가 아니다. 그보다 우리는 이 문제를 둘러싼 대화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두 가지 요소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첫 번째는 언론과 시몬 비젠탈 센터가 방탄소년단에 관해 보도한 오보와 허위정보에 대한 설명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온라인 매체 및 팬덤 내부에서 일어난 논란의 경위와 개요를 정리했으며, 한국, 일본, 기타 해외 미디어가 사건을 서술한 주요 방식을 설명했다. 또한 방탄소년단을 향한 비난의 요점과 함께 그 주장의 타당성을 철저하게 조사했다.

두 번째는 해당 티셔츠 사건에 대한 한국인들의 의견을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보다 넓은 역사적 배경에 관한 것이다. 사태를 지켜보던 다수의 비(非)한국인은, 티셔츠를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는 사람들이 유독 완강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거나 원폭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 부족한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티셔츠를 비난하지 않는 사람들은 한국인 뿐만이 아니라, 과거 일본 식민지였던 아시아 국가의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그들의 의견을 설명 및 해명을 돕고자 했다. 타인이 가지고 있는 태도가 어떻게 형성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함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 하의 한국 역사에 대한 개요와 함께 아시아 지역의 현대 ‘기억의 정치’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가 위 주제들을 소개하고, 이야기하고, 또 평가한 이후, 우리는 이 논란을 단지 우리가 운을 띄웠을 뿐인 더 큰 복잡함에 대해 배우는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메시지를 남긴다. 결국 우리는 단지 현재 이 상황에 존재하는 한 그룹의 팬일 뿐이 아니라 온라인상의 담론이라는 받침대 위에서 시소처럼 움직이는 관점을 지닌, 이 세계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의 주체적 행위자로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이 대화 속에서 우리의 언행에 책임을 질 것, 그리고 배울 것을 말이다.

명성이 높아지면 지켜보는 눈도 늘어난다. 논란을 견뎌내는 과정은 팬덤을 분열시킬 수도 또는 통합시킬 수도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각 개개인이 어떻게 문제에 접근하는지, 그리고 문제에서 무엇을 배워나가는지에 달려있다. 논란이 불씨는 큰불이 되어 모든 것을 태워버릴 수도 있지만, 길을 안내하는 등불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프로젝트 1차 공개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입장문 발표 꼬박 2주 이후에 이루어졌다. 2차 공개는 또 한 주 후에 진행된다. 그러나, 한일 양국이 배상금 문제로 긴장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보도1하는 국제 언론 보도와 사설2 등에 의해 티셔츠 문제 또한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은 이전보다 사그라들었으나, 이는 논란이 완전히 사라질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요소들의 복잡한 거미줄들이 계속해서 엉켜 있으며 앞으로도 해당 지역의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번 논란을 배움의 기회로 삼는 동시에 논란이 퍼져나간 경위와 이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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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S

  1. 월스트리트 저널》과 《워싱턴 포스트》가 배포한 11월 30일자 (한국 시간) 기사에 언급되었다.
  2. 관련 논평이 《류큐신포》에 12월 2일 게재되었다.